손바닥 저림과 팔저림이 동시에 있어요!! 근육이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40대 남성은 두 가지 통증을 가지고 누군가의 소개로 본원에 내원하였는데, 좌측 상완의 통증과 요골쪽 손저림이었다.

 

두 달 전부터는 좌측 엄지와 검지에 상응하는 요골쪽 손바닥의 저림이 심해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는데, 3주 전부터는 좌측 상완 외측의 대략 중간 1/3 지점이 아려서 밤마다 잠을 설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먼저 손바닥 저림부터 해결해 보기로 하였다. 수근관증후군이겠지 하고 요측수근굴근(flexor carpi radialis, FCR)을 치료해 주었는데 환자의 반응이 뭔가 뜨뜻미지근하다. 요골쪽 손바닥 저림에 대한 추가적인 치료는 일단 잠시 미루어두고 상완 외측의 통증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였다.

 

본인의 엄지둔덕과 나머지 네개의 손가락에 상응하는 손바닥을 환자의 좌측 상완이두근의 내측과 외측에 밀착시켜 지그시 깊게 압박해 보았다.

 

압통이 유발되긴 하였으나 우측과의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아 그 임상적 의미를 평가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는 상완이두근을 엄지로 살포시 밀면서 그 밑에 포진해 있는 상완근을 상완골을 받침대삼아 외측과 내측에서 각각 지그시 깊게 압박하니 압통이 상당하고 우측과도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좌측 전완의 근피신경 감각지배 영역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오훼완근을 공략하기보다는 상완근의 중앙에 해당하는 근복을 집중적으로 치료해 주었다.

 

일주일 뒤 경과를 물으니 치료를 받은날 저녁부터 상완의 통증은 거의 사라져 더 이상 잠을 설치는 일이 없다며 고마움을 표한다. 다만 엄지둔덕(무지구) 근처의 손저림은 전혀 차도가 없었다고 한다.

 

어쩔 수없이 이번에는 자세한 문진과 이학적 검사를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흔히보는 일반적인 수근관 증후군과는 달리 손가락 말단부나 바닥쪽의 저림보다는 오히려 엄지둔덕 근처(요골신경이 아닌 정중신경 영역인 손바닥 중심쪽으로)의 저림이 가장 심하고, 미약하게나마 손바닥쪽 엄지자체의 저림은 있었지만 검지의 저림은 전혀 없었다.

환자가 말하길 희한하게 딱 거기만 저리다면서 때론 저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이 상당히 간지럽다고도 한다.

 

좌우의 손바닥 감각과 좌측 손바닥의 요골쪽과 척골쪽을 비교해 보니 좌측 손바닥 중 엄지둔덕 근처와 엄지의 손바닥 쪽에만 국한되어 감각이 저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바닥을 지배하는 정중신경의 palmar branch 는 transverse carpal ligament 아래로 정중신경이 통과하기전에 손목 근위부에서 이미 갈라져 나오므로 수근관의 압력 증가를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FCR에 반응할리 없었던 것이다.

 

좌측 전완의 FCR을 다시 눌러 보니 유의한 압통점을 찾을 수 없었고 원회내근을 누르자 압통이 상당하였다.

 

그곳을 집중적으로 치료해주니 환자는 지금까지 저리던 통증이 사라져간다고 한다.

 

일주일 뒤 약속대로 다시 내원한 환자는 원회내근에 치료를 받고는 손저림이 거의 사라졌지만 그로부터 2시간이 흐른 후 다시 저리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무언가 놓치고있는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남은것은 오훼완근이나 전사각근/쇄골하근밖에 없어 보인다.

첫 번째 방문에서 상완 중간 외측의 통증에 대해 상완근을 직접 풀어 깔끔히 해결했던것이 상기되면서 만약 이 두 가지 증상이 우연히 동시에 나타난것이 아니라면 전사각근보다는 오훼완근이 좀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좌측 전사각근에서도 미약하게나마 우측과 차이가있는 압통이 발견되었지만, 좌측 오훼완근에서 우측과의 차이가 좀 더 뚜렷한 압통이 관찰되었다.

 

좌측 오훼완근을 집중적으로 치료해주고 다시 물어보니 즉시 엄지둔덕 근처의 저림이 70% 정도 사라졌다고 한다.

 

10분 뒤에 경과를 관찰하니 병원에와서도 기다리는 동안 한시간 내내 저렸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증상이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정중신경이 흔히 압박되는곳은 수근관과 costoclavicular tunnel이지만, 간혹 원회내근이나 FDS에서 포착되는 경우도 존재하며, 드물긴 하지만 정중신경섬유의 주행중에 존재하는 변이로 인해 오훼완근에서 정중신경섬유 일부가 흥분할 수 있다.

 

손가락이 아닌 손바닥 영역에만 국한된 정중신경의 palmar branch의 흥분이 주로 나타난 이례적인 경우이면서 동시에 전사각근이나 원회내근에는 반응이 미진하고 오히려 상완의 근피신경 흥분 증상과 겹쳐져 오훼완근의 통증유발점이 아주 강력하게 기여하고 있었던 매우 특이한 경험이었다.